20년 연속 세계일류상품 선정, 시장점유율로 증명한 품격

- 화학 본드를 대체한 친환경 섬유, LMF

일본에서 탄생했고, 휴비스의 기술력으로 완성했다. 오늘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의 영예를 안겨준 로멜팅 화이버
(Low Melting Fiber, 이하 ‘LMF’)의 성장 배경이다. 저온 접착성을 중심으로 안전, 형태 보존 등에 탁월한 기량을 두루
발휘하는 이 소재는 화학 본드를 대체하여 놀라운 속도로 활용 영역을 확장해왔다. 물론, 등장과 동시에 화섬업계를
사로잡은 매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LMF

요즘 새 차에선 접착제 냄새가 전혀 안 나죠?
                                바로 우리 기술 덕분입니다.

LMF를 이야기할 때면 휴비스 직원들의 미소가 자부심으로 밝게 빛난다.

그간 각종 산업 전반에서 널리 사용한 본드는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학물(VOCs) 방출로 인해 악취를 유발한 터다. 반면, 휴비스가 자랑하는 친환경 접착용 섬유인 LMF는 해로운 물질과는 전혀 거리가 먼 데다 기존 구조를 변형하지 않는다. 의류, 침구류, 주택 단열재·구조재, 자동차 내장재, 필터, 위생재, 생활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는 이유다.

혁신 기술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265℃에 녹는 일반 폴리에스터보다 낮은 온도(110~200℃)에서 녹는 특성으로 다른 소재와 섞어서 110~200℃ 사이의 열을 가하면 LMF가 녹아 단단하게 붙는다. 오로지 소재의 특성에 힘입어 결합을 이뤄내는 셈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부동의 선두를 차지한 비결?
                            기술력의 차이는 자로 잴 수 없어

LMF의 시초는 지난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학섬유의 중심지로 여겨지던 일본에서 유니티카(UNITICA) 사가 처음 선보인 이 신소재는 단숨에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자연히 벤치마킹을 희망하는 업체가 줄 잇기 마련이었는데 1989년 휴비스의 전신인 삼양사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처음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꾸준히 판매고를 올리며 차츰 세계 시장에 두각을 드러냈다.

“대만 섬유업체 난야(Nanya)가 제안한 기술 공유에 응한 적이 있어요. FY(Filament Yarn, 폴리에스터 장섬유) 생산 능력은 대단한데, LMF가 영 못 미치니 내심 우리가 어떻게 하나 궁금했겠죠. 칩을 건조하는 기술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봤어요. 드라이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연계작업이 힘들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한 눈치였어요.”

LMF 드라이 기술은 절대 오픈할 수 없는 핵심기술이었다. 이후에도 노하우를 알아내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현재까지 LMF가 글로벌 무대에서 부동의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199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속 중합(Continuous Polymerization) 공정을 통한 대량 생산 방식이다. 원료를 지속해서 투입해 열기에 녹인 다음, 곧장 실로 뽑아내는 이 시스템은 원활한 공급의 열쇠로 작용했다. 한 번에 폴리에스터 소량씩을 만드는 배치 중합(Batch Polymeri-zation) 방식에서 벗어나 연속 중합 방식을 도입한 것은 생산량의 급격한 확대를 가져왔다. 하지만 생산량을 판매로 연결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패딩점퍼의 충전재로 시작해 자동차 내장재 등의 산업용 소재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는 물량을 소진하게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갈수록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는 것 역시 생산량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생산과 마케팅 그리고 R&D의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수없이 흔들리며 다져온 견고한 기반의 가치,
                                은탑산업훈장의 영광으로 빛나다

오랜 시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견고한 바탕은 오히려 수없이 흔들리며 다져졌다. 초창기 생산 땐 건조 공정 온도 제어에 실패하는 바람에 원료인 폴리머 칩이 녹아 설비에 들러붙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무려 이틀에 걸쳐 곡괭이로 뜯어낸 끝에 무사히 재가동할 수 있었으나 현장 실무자로서는 제법 등골이 오싹한 경험이었다고.

“1998년 즈음, 연속 중합 설비를 전주공장에 들였는데 휴비스가 가장 먼저 개척하다 보니 참고할 만한 예시가 없는 거예요. 배치 중합과 달리 중간에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고생했죠.”

하지만 전주공장에서 연중직방에 최초로 성공한 후 생산 케파를 늘려나갔다. 칩방에서 직방으로 변화하며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던 시기에 과연 생산 물량을 모두 판매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옥신각신했던 공장과 영업부서 간의 의견충돌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남아 있다. 당시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연구소 직원들은 테스트부터 양산화에 이르기까지 현장을 오가며 굵은 땀방울을 흘려야 했다.

20년 연속 세계일류상품을 유지한 성공 뒤에는 그만큼 숨겨진 이야기도 무궁무진하다. 규모와 물리적 거리, 그리고 외국어 소통의 장벽을 넘어 문제를 해결한 중국 사천휴비스 공장 대형 설비 설치는 이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대기업 GM에서 인정받은 레퍼런스를 통해 국내 자동차 기업과 벤더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역발상으로 휴비스 LMF의 우수성을 알린 에피소드는 사뭇 유쾌하다. 과연 이것도 섬유일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자동차 한 대의 내부 구석구석에 휴비스의 LMF가 자리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 또한, 누구나 탐내는 성과였다. 반듯이 닦아놓은 뒤에야 따르는 후발주자는 고된 과정을 거쳐 얻은 품질 경쟁력의 가치를 흉내 낼 수 없다. 2001년 세계일류상품 선정 이후 2018년 대한민국 섬유업체 최초의 세종대왕상, 2019년 은탑산업훈장 등 휴비스가 LMF로 거머쥔 수상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뛰어난 기능에 안전과 친환경의 가치를 더하다

- 위생재용 프리미엄 소재의 대명사, 퓨레버

연약한 피부에 직접 닿는 만큼, 부드러운 촉감은 기본이다. 여기에 폭신한 볼륨과 빠른 속도로 흡수하는
친수성 등을 골고루 갖췄으니 위생재용으로 손색없다. 그러나 퓨레버(Purever)가 꿈꾸는 프리미엄의 가치는
단지 현재의 만족에 머무르지 않는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안전을 생각하며,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유다.

퓨레버

단 한 가지 소재로는 부족해요. 
                                폴리에스터와 올레핀이 만나서 복합 방사를 거쳐 
                                조화를 이뤄야 탄생하는 작품이죠.

놀라울 정도로 소프트한 표면은 역시 휴비스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에서 비롯했다. 생산량의 90% 이상이 기저귀, 생리대, 수유 패드 등의 제조에 쓰이기에 무엇보다 착용감을 염두에 뒀단다. 휴비스 퓨레버의 성공 비결이다.

탁월한 성능은 감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녹는 저융점 접착 섬유(Olefin Low Melting, OLM)로 구현한 덕분에 공정에서 열로 결합할 수 있어 인체에 유해한 화학 접착제를 쓸 필요가 없다. 덧붙여, 항균 작용을 통해 각종 세균 발생과 증식을 방지하는 제품까지 개발을 마쳤다. 최근 장기화한 코로나19 사태에 발맞춰 일회용 마스크의 원단으로 특히 각광 받는 데는 그만한 연유가 있었던 셈이다.

유럽 시장에서 각광 받는 
                            퓨레버의 인기 비결은 ‘SHE’

2006년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한 이래 해마다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해왔다. 2006년 판매량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단섬유 전체 제품 비중에서도 10%에 육박하여 포스트 LMF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통 강자인 일본의 ES FiberVisions(전 칫소 석유화학)와 저가 물량 공세로 다져진 중화권 업체가 치열한 경쟁 구도를 이루는 위생재용 소재 시장에서 휴비스가 일궈낸 성과다.

물론, 이로써 안주할 순 없을 터였다.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선 그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브랜드 파워 확장에 나서야 했다. 퓨레버를 중심으로 띄운 결정적 승부수는, 바로 프리미엄이었다.

“시장 트렌드를 살펴보면 일본이 이끈 초창기엔 기능이 곧 핵심이었어요. 몸에 닿았을 때 금세 익숙하고 편안해지는지가 관건이었던 거죠. 이어서 중국의 후발업체가 등장했고, 대규모 증설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며 고객층의 마음을 돌렸습니다. 그렇다면 퓨레버가 염두에 둬야 할 콘셉트이자 고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차세대 이슈는 무엇일까요? 해답은 다름 아닌 SHE*였죠.”
* SHE : 안전(Safety)·보건(Health)·친환경(Environment)의 약자

단순히 기능성이나 가성비로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어떤 제품이든 건강이나 자연에 해를 끼친다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이것이 일찍이 전 공정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코발트, 중금속인 안티몬(SB) 등을 배제하는 방향을 택한 배경이다. 또, 액체흡수 기능을 지닌 친수성 성분도 친환경 물질 성분으로 변경하였으며, 천연 유래 물질인 바이오매스 소재를 적용함으로써 Safety Health 기능을 강화하였다. 또한 완전한 생분해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안전에 대한 요구가 엄격한 유럽에선 큰 환영을 받고 있다.

대륙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전문적 대응과 
                                광범위한 네트워크

훌륭한 소재는 널리 사용할수록 빛을 발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전 세계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더없이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당시 중국은 산아 제한 정책을 고수할 때라 가구당 한 명에 불과한 자녀에게 쏟는 애정이 대단하니 고급 아기 기저귀용 섬유로는 으뜸인 퓨레버가 파고들만 한 여지는 충분했다.

“중국 영업을 개시한 시기는 2012년부터예요. 괜히 대륙일 리 있나요. 지역이 워낙 광대하다 보니 거의 오지에 거래처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더라고요. (웃음) 현지에서 그야말로 방방곡곡 다녔는데 보통 본사 마케팅·생산·연구 소속 직원 각 1명과 사천휴비스 사원 1명, 즉 총 4명이 한 조를 구성해서 같이 다녔답니다. 문제 발생 시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장치였죠.”

다행히 휴비스 모든 구성원이 약 5~6년간 발품을 판 보람은 결국 눈부신 결실을 맺었다. 초기 몇 개월간 이어지던 긍정적인 반응이 지속해서 증가하더니 2017년 한 해 매출이 150%로 급상승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끈 까닭이다. 또한, 당시 닦아놓은 네트워크는 오늘날 연간 4,000t 가량의 물량을 수출하는 기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연구개발을 지속한 퓨레버는 지난 2014년 세계일류상품의 영예를 안으며 글로벌 무대에서 휴비스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식약처 기준, 환경부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 유한킴벌리 안전성 평가법 등 국내외 각종 인증 체계를 무난히 통과하며 나날이 큰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깃털보다 부드럽게, 공기처럼 가볍게

- 충전재 시장에 부는 새바람, 콘주게이트

겨울철 새털같이 포근하고, 봄 햇살만큼 따스한 외투. 몸에 걸치면 안 입은 듯 가볍다. 30여 년 전엔 상상치
못한 일이다. 과거 충전재로 널리 쓰인 면솜은 무겁고 잘 눌리는 데다 추위가 파고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다행히 화학 섬유의 혁신적 발전은 이러한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냈다. 변화를 일으킨 새바람은 다름 아닌
콘주게이트(Conjugate, 이하 ‘콘주’)였다.

콘주게이트

화섬 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등장한 콘주는 
                                부드러운 촉감과 회복력, 벌키(Bulky, 부피 팽창)성, 
                                보온성, 지속성 등에서 단연 탁월한 기능을 
                                발휘했습니다. 이불솜을 틀어가며 사용했던 세대에겐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죠.

콘주게이트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초창기 반응이다. 화섬업계에서 선보인 충전재의 첫 형태는 한 종류의 폴리머에서 방사한 중공(中空, 단면이 비어 있는 구조) 섬유로, 단단하고 탄성이 좋아 인형을 포함한 완구나 소파, 침대 매트리스 등에 사용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서로 다른 폴리머 두 가지를 붙여 복합 방사한 콘주는 한층 소프트하고 풍성한 3차원 컬(Curl)을 구현해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또한, 폴라필, 마이크로 등 다양한 차세대 차별화 제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서의 명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금(金)주로 불리던 시기를 지나 
                            자체 유제 개발까지

콘주는 휴비스의 모태인 삼양사가 1981년 착수한 연구개발을 통해 탄생했다. 이때 전주공장 2라인에서 시험생산으로 뽑아낸 양은 일일 7t가량에 불과했으니, 훗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24%)를 차지하리라곤 생각조차 못 하던 시절이다. 아니, 오히려 초기 6개월 동안은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여가는 탓에 철수를 결정해야 할 기로에 서 있었다.

“이제 그만해야 하나 싶던 차에 인형 등 수출용 완구에 충전재로 들어갈 기회가 생겼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소문이 났는지 갑자기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거예요. 종래엔 구매하겠다고 찾아오는 인파를 피해 영업사원이 도망 다닐 정도였죠.”

물량보다 수요가 훨씬 넘쳐났다. 얼마나 구하기 힘든지 심지어 금()주라고 불릴 지경이었다. 물론 비슷한 제품이 있었으나 거래처는 오로지 원조를 고집했다. 비결은 페더 터치(Feather Touch), 즉 깃털처럼 고운 촉감이었다. 이처럼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려면 컬을 만드는 방사용 노즐과 생성력·점도를 정하는 첨가제, 풍성하게 부풀리는 연신 기술 등이 뒷받침해야 한다. 또한, 실리콘 유제가 눌려서 뭉쳤다가 매끈하게 풀리도록 하는 핵심적인 기능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제품 판매량이 급증하니 기존에 사용하던 일본 유제 생산업체가 별안간 가격을 대폭 올리며 압박해 왔다. 따라서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응하고자 돌입한 유제 개발은 성공을 이뤄 완전한 국산화를 이뤘다. 성분 분석에 들어간 연구소와 손가락으로 비벼가며 질감을 비교하고 적용한 생산 전문가 일동이 협업해 이뤄낸 쾌거였다. 가격 경쟁력을 드높이고, 자부심을 지켜낸 자체 제작 유제는 통합 출범 후 콘주를 비롯한 면방, LMF 등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었다.

콘주와 SHE가 함께 열어갈 밝은 미래

휴비스 내 콘주 생산은 원래 울산공장과 전주공장, 그리고 중국 사천휴비스 공장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중합 여건상의 차이로 현장마다 집중하는 분야가 서로 달랐다.

주로 벌키성이 강한 제품을 맡은 울산공장은 지난 2019년 3월 관련 설비와 인력을 전주로 이전한 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의류용 충전재에 특화한 전주공장은 새로운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과정에서 볼 모양의 마이크로 콘주를 선보였다. 더없이 보드라운 착용감을 자랑하는 이 신소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공식 롱 패딩에 쓰인 바 있다. 더불어 사천공장은 자체 연신 기술을 개발해서 2019년에 뛰어난 탄성을 갖춘 충전재인 탄탄면(彈彈棉)을 출시하며 현재 동종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는 글로벌 대기업 인도라마(Indorama)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콘주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은 SHE*예요. 피부 트러블이나 알레르기, 독성 등에 대한 안전을 바탕으로 최근 재활용과 생분해 이슈를 특히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SHE : 안전(Safety)·보건(Health)·친환경(Environment)의 약자

휴비스는 콘주 외에도 새로운 프리미엄 충전재를 개발하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폴라필(Polarfil)이다. SHE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폴라필은 기본 원료인 폴리에스터와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폴리머인 PTT를 반씩 섞어 제조한다. 현재 LMF 다음으로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다운(Down, 새털)을 무난히 대체하며 동물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이로써 다가 아니다. 2011년 세계일류상품 수상을 기반 삼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휴비스 콘주의 가능성은 아직 온전히 펼쳐 보이지 못한 터다. 본격적인 활약은 20년 역사를 기점으로 다시, 시작이다.

차세대 의류 메가트렌드의 선두에 서다

- 감성과 기능의 혁신적인 시너지, 신축성 장섬유

스타일과 활동성은 언제나 평행선이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게 수순이다.
그런데 편안하면서 옷맵시를 살리는 신축성 장섬유의 등장으로 패션계의 오랜 고정관념이 무너졌다.
이제 의류는 소재하기 나름이다. 혁신 기술로 실현한 기능 위에 감성을 멋스럽게 덧입히는 휴비스의 역량이
단연 주목받는 까닭이다.

신축성
장섬유

과거엔 손끝으로 재질을 만져보며 원단을 평가하곤 
                                했습니다. 반면, 요즘은 문지르지 않고 당겨보는데요. 
                                입었을 때 얼마나 편한지 가늠하기 위해서죠. 
                                의류를 고르는 기준이 변한 겁니다. 
                                당연히 소재 또한 달라져야 했습니다.

휴비스의 신축성 장섬유 탄생 비화는 간단했다. 시대의 요구가 달라진 것이다. 휴비스 신축사가 구현하는 쫄깃한 탄성의 핵심은 다름 아닌 복합 방사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원사를 섞어서 각각 가진 장점을 동시에 극대화한다. 우수한 품질을 위해 효과적인 배합 물질 모색과 공기 주입으로 혼합하는 교락 기술에 특히 집중한 이유다. 그 성과는 잠재권축성 스트레치사인 에스에스와이(SSY)와 피스토(FISTO)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더 나아가 울의 따스한 감촉까지 가미한 신개념 복합사 세이(CEY)와 자연스러운 핏의 에스폴(ESPOL)을 선보이며 가뿐하게 선두를 차지했다.

국내 최초로 신축성 장섬유 개발하며 
                            시장의 기준 확립

삶의 질이 상승하고, 성별에 상관없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의류의 트렌드 또한 덩달아 변화의 물결에 편승했다. 이내 거추장스럽지 않게 제 몸처럼 밀착하면서 스타일리시한 감각을 뽐내는 원단이 인기를 끌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스판덱스(Spandex)가 명성을 얻은 배경이다. 당시 폴리에스터 장섬유(FY) 부문의 대표 주자 이자 휴비스의 전신인 SK케미칼과 삼양사가 이 같은 추세를 놓칠 리 없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의 소재인 폴리우레탄 섬유 탄성사에 대응하기 위해선 특별한 차이점이 있어야 했다.

“스판덱스는 편안한 착용감으로 각광 받았으나 결정적으로 내염소성과 내구성이 약했어요. 반복해서 세탁하거나 입으면 변형이 온다는 의미죠. 예를 들어 바지 무릎 부위는 자주 구부리니까 이내 흉하게 튀어나오는 일명 바가지 현상이 생기는 거예요.”

결국 해답은 기존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반발탄성, 회복력 등까지 두루 갖춘 신축성 장섬유였다. 지난 2000년 통합 출범을 거친 휴비스가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덕분에 시장의 기준을 확립할 수 있었다. 게다가 2004년 세계일류상품을 수상한 잠재신축성 스트레치사 분야에선 고객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두 종류의 유형을 생산해 냈다. 예컨대, 힘 있는 원단을 필요로 하는 거래처는 SSY, 보다 부드러운 감도를 원하는 곳은 FISTO를 추천하는 식 이다. 따라서 하나의 제품을 보유한 경쟁사와 달리 시장점유율 확대에 유리했다.

한편, 복합 방사 소재를 다시금 조합해 터치감을 부여한 CEY는 자연 섬유와 다를 바 없는 감성을 선사한다. 같은 맥락에서 형태 안정성, 선명한 색상 발현 등에 뛰어난 신소재로 통하는 ESPOL은 자외선이나 염소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밤샘 작업 불사한 끝에 찾아낸 최적의 물질 조합과 연신 기술

세상에 거저 얻는 혁신이란 없다. 그러니 오늘날의 발전이 있기까지 숱한 고생을 겪은 건 물론이다. 특히 뚜렷한 신축성과 다양한 특성을 조화롭게 표현하고자 복합 방사를 택한 만큼, 물질 선정과 테스트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담당 연구원의 밤샘 작업은 일상이나 다름없었어요. 원사를 제조해서 시험해본 다음 개선 방향을 도출하고, 다음날 거듭 시도하며 논의했습니다. 적용할 물질을 정했으면 연신 조건 역시 살펴야 했죠.”

PET/PTT 신축 원사인 ESMF를 개발하던 시기엔 그야말로 온갖 연신 조건을 이용해 봤지만, 정작 본질인 신축성이 드러나지 않아 연구진의 고민이 깊어졌단다. 흥미롭게도 시험용이 아닌 다른 원사를 우연히 투입하면서 더욱 탁월한 물성이 나타났고, 원인 파악과 보완이 뒤따른 끝에 현재 쓰이는 제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기존 연신 설비로 신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탓에 고장을 감수하고 테스트하다가 종래엔 고온 열 세팅을 위해 설비를 개조해서 품질을 확보한 일화가 있다.

앞으로는 가격이 아닌, 기술력과 차별화로 경쟁하는 시대다. 대규모 증설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중국 후발업체에 맞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려면 성능은 더욱 높이되 한층 안정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야 할 터다. 고유 물질과 제반 능력이 충분한 기반을 이루고 있으니 자신 있다. 국내외 시장을 향한 휴비스 신축성 장섬유의 또 다른 20년 역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10년 격차를 가뿐히 넘어 최고의 자리에 오르다

- 환경 분야 혁신 기술의 선두주자, 제타원

일찍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해 이미 판매 1위를 달성한 해외 경쟁사와는 상당한 시간적 격차가 있었다. 그러나
승부는 직접 겪어보기 전엔 장담할 수 없다. PPS 섬유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일찍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던
경쟁사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던 상태에서 휴비스는 망설이기보다 새로운 경쟁에 뛰어드는 길을 택했다. 지난
2009년, 휴비스가 우리나라 최초로 PPS(Polyphenylene Sulfide) 섬유를 개발해 세계 진출을 추진한 이유다.
물론, 뛰어난 기술력과 발 빠른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추진한 혁신은 찬란한 성과로 돌아왔다.

제타원

국내 화섬업계의 암흑기인 2000 년대 중반을 
                                어렵사리 견뎌낸 휴비스의 화두는 미래에 폭넓게 쓰일 
                                슈퍼섬유였어요. 특히 PPS 섬유는 기존 생산 기술과 
                                설비를 무난히 적용할 수 있으면서 독특한 물성을 
                                발휘한다는 강점으로 눈길을 끌었죠.

휴비스 연구진이 밝힌 신소재의 첫인상이다. 과연 PPS 섬유의 특성은 활용하기에 달렸다. 280℃의 고온에 너끈히 버티는 내열 특성을 기본으로 강한 산성이나 염기성 환경에서도 섬유의 물성 변화가 거의 없는 뛰어난 내화학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내가수분해성, 전기 절연 특성 등도 탁월하다. 종합해보면, 화력발전소에서 뿜어 나오는 먼지와 유해 물질을 여과하는 백 필터(Bag Filter) 용도로 단연 으뜸이었다. 이전엔 선진국 중심으로 논의해온 대기오염 문제가 최근 지구온난화, 기상 이변 등을 통해 심각성을 드러내며 모든 국가가 관심 가져야 할 이슈로 자리 잡은 만큼, 수요는 충분했다.

멀티 블렌딩 전략을 통해 
                            원료 수급 위기를 넘어 상생으로

일반 폴리에스터보다 7배 이상 가격이 높을 정도로 고부가가치 소재인 PPS는 주로 전자기기, 자동차 부품 등에 쓰이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로 각광 받아왔다. 비단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쓰임새를 모색한다면 더욱 널리 사용하는 길이 열릴 터였다. 휴비스가 우수한 역량과 노하우를 기반 삼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섬유화에 도전한 계기다.

그런데 막상 도전해보니 원료인 섬유용 PPS 레진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안정된 품질의 원료를 생산하는 미국, 일본 업체와 아직 품질 수준이 낮은 중국의 신생 업체 등에서 겨우 구할 수 있었지만 그 양으로는 여전히 부족했다. 반면 당시 시장의 선두였던 일본 업체는 자체 중합을 통해 직접 원료를 만들어서 해결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의 모태인 SK케미칼이 때마침 관련 사업을 시작했어요. 비록 초창기라서 생산한 원료가 원하는 수준엔 조금 못 미쳤지만, 이내 서로 상생하는 방향을 찾았죠.”

해답은 다양한 원료 상태에 대한 안정된 제사기술 확보였다. 말 그대로 각 사에서 구매한 레진의 특성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제사 공정 조건을 설정하여 용도에 맞는 물성을 구현하는 전략이다. 이처럼 고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방법 덕분에 두 회사가 동반 성장했으며, 특히 휴비스가 훗날 일본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한편, 생산 공정에선 잘 뽑히던 섬유가 중간에 툭 끊기는 현상이 골칫거리였다. 끊긴 섬유가 롤러에 휘감기면서 시일과 비용을 낭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술진의 노력으로 다양한 원료에 대해 축적된 융용 방사 기술을 접목하여 레진에 포함된 이물을 제거하는 설비를 구축했더니 놀랍게도 단사(斷絲)가 거짓말처럼 개선되었다.

글로벌 영업망을 총동원해 거둔 세계 판매 1위의 성과

2009년엔 국가연구과제인 산업안전개발기술사업에 참여해 3년간 투자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로써 PPS 섬유의 품질을 한 층 끌어올린 다음엔 제타원(ZetaOne)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양산화에 돌입했다.

자연히 해외 진출에선 10년 앞서 시장을 선점한 일본 업체와의 대결이 관건이었다. 따라서 2015년 1,100t으로 입지를 다진 휴비스는 글로벌 영업망을 총동원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서서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2년 만인 2017년엔 세계 판매 2위(2,400t)를 차지했다. 또한, 3,400t을 기록한 2018년에는 마침내 500t 차이로 라이벌을 넘어설 수 있었다. 시장 점유율 20%와 동시에 거머쥔 쾌거였다.

“아쉽게도 일본 경쟁사는 가장 비중이 큰 중국에서의 입지가 있어서 쉽게 물러서지 않았어요. 전체 판매는 지속해서 휴비스와 최정상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죠. 그러나 미국, 유럽 등에선 부동의 일인자로 인정받고 있답니다.”

휴비스의 숙제는 두 가지다. 우선 품질 측면에선 최대한 얇은 굵기인 세() 데니아를 구현해야 하는 것이다. 섬유가 가늘수록 백 필터로 제작했을 때 보다 미세한 입자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래 울산공장이 담당하던 PPS 섬유 부문이 통합을 거쳐 전주공장으로 이전했으니 2013년 세계일류상품 수상의 명성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남은 20년의 시대를 향한 행보에 자못 기대가 모아진다.

뜨거운 열기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꿈의 섬유

- 국내 최초로 구현한 메타 아라미드, 메타원

슈퍼 히어로 영화에 등장하는 최첨단 슈트를 구현할 길이 열렸다. 고온에 끄떡없이 견디고, 일정 기준을 넘어서
면 깨끗이 탄화하는 메타 아라미드(Meta Aramid)가 강한 그 비결이다. 지난 2011년, 휴비스가 우리나라에서 처
음 선보인 이 꿈의 섬유는 메타원(MetaOne)이라는 이름 아래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메타원

2005년에 국내 화학섬유 업계의 암흑기가 
                                찾아왔어요. 중국 후발업체가 대대적인 증설을 통해서 
                                폴리에스터 단섬유(SF)·장섬유(FY)를 과잉 공급한 탓에 
                                사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한 겁니다. 바야흐로 
                                비 폴리에스터 분야 진출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었죠.

휴비스는 출범부터 혁신과 변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 개척을 모색해왔다. 섬유시장의 변화는 그런 휴비스의 도전 의지를 더욱 부채질하였다. 통합 출범의 시너지 열매를 따먹기도 전에 새로운 도전 과제 앞에 마주한 것이다.

당시 후보에 오른 소재는 총 3가지, 카본 파이버와 파라 아라미드, 메타 아라이드였다. 이 가운데 카본 파이버(Carbon Fiber)는 수익 대비 투자 비용이 높았고, 고강도의 파라 아라미드(Para Aramid)는 제품화한 기업이 이미 존재했다. 반면, 경제적 측면에서 월등한 메타 아라미드는 우리나라에서 시도한 곳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210~360℃의 열기를 너끈히 버텨낼 정도로 뛰어난 난연성·내열성을 갖췄고, 전기절연성 또한 우수하니 개발에 성공하면 독보적 역량을 발휘할 터였다. 두말할 필요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3~4배의 노력을 기울이며 
                            현장을 누빈 끝에 거둔 성과

명확한 목표를 세우니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때마침, 2007년 8월 참여한 산업통상자원부 차세대신기술개발사업은 제조 기술을 구체화하는 포석으로 작용했다. 일반적인 진행 순서는 연구개발 후 공정 조건, 생산 설비 등의 사전 검증을 지나 규모 확장을 검토하는 단계로 이어졌을 테다. 그러나 휴비스는 곧바로 생산 설비에 적용, 양산 체제에 돌입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택했다. 신속한 시장 진입을 목표로,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공장 시운전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서 완성도를 높이려면 연구진이 직접 현장을 누벼야 하는데 메타 아라미드 섬유는 일반적인 절차를 생략한 데다 설비, 공정 등이 폴리에스터 제품과 다르니 원하는 품질에 이르기까지 꼬박 1년간 전주공장에 머물면서 집중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연구원들은 메라 아라미드 개발 당시 기존보다 3~4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자연히 해당 기간에 갖은 고충을 겪기 마련이었는데,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다름 아닌 부식이었다. 원료 중합 중 발생한 염산이 중화제와 만나 염화나트륨을 생성하면서 탄소강 재질 설비를 녹이고 품질 저하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같은 문제는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독자적인 염산 제거 설비와 공정 관리를 수립하면서 결국 안정화에 도달했다.

경쟁사의 압박과 맞서 실현해낸 순수 우리 기술의 특수방화복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메타 아라미드 생산에 성공한 휴비스는 탄탄한 기술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특히 휴비스의 습식 방사는 미국 듀퐁사의 건식 방사보다 에너지 저감 차원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경쟁업체의 견제는 언제나 극복해야 하는 과제이다.

“우리가 메타 아라미드 개발에 성공하고 생산에 돌입한다는 소문이 나니까 갑자기 상위 두 경쟁사가 제품값을 인하하겠다는 거예요. 심지어 원료가보다 낮아질 정도로 심한 방해에 들어갔죠.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겠다는 마음이었을 거에요.”

휴비스가 처음 개발에 성공했을 때에 비해 생산에 돌입할 즈음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초기 생산 품질이 고르지 못해서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휴비스는 언제나 그렇듯 묵묵히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그리고 2016년, 드디어 휴비스의 국산 특수방화복이 탄생했다. 극한 환경에 노출되는 외피는 파라 아라미드와 메타 아라미드 혼용이지만, 몸을 감싸는 내피는 메타원 100%다. 라이벌의 압박에 맞서 묵묵히 이뤄낸 값진 결실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소방관은 무려 91년 만에 순수 우리 소재를 입고 현장에 나서기 시작 했다. 게다가 더욱 발전한 기능과는 별개로, 그간 터무니없이 비쌌던 원가가 균형을 찾았기에 보급화를 실현할 수 있었다. 2018년 아라미드계 섬유로는 유일하게 차세대일류상품의 영광을 안은 배경이다.

휴비스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터다. 2020년 연말쯤엔 고부가가치 제품인 염색용·방적사용 화이버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생산규모 또한 연간 3,000t 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20년 내내 그래왔듯이, 연구개발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구와 인류의 내일을 여는 신기술

- 세상을 바꾸는 친환경 소재의 등장, 에코펫

일회용 식품 용기는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로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물품 중 하나이다.
오랫동안 일회용 식품 용기 부문에서 주류로 군림해온 폴리스티렌(Polystyrene, 이하 ‘PS’)의 시대가 저물어간다.
새로이 빈 자리를 채울 대세는 바로 휴비스의 에코펫(ECOPET)이다. 생산 및 사용의 과정에서 자연과 인체에
무해하며 폐기 시에는 재활용이 용이해 자원 순환에 기여한다. 또한, 각종 용도에 걸맞게 우수한 기능을 발휘해
긍정적인 영향력의 범위를 서서히 확대하고 있다.

에코펫

시중에 파는 간편식 용기를
                                오븐에 넣어서 조리해본 적 있나요?
                                일반 제품은 녹아내릴지 모르지만, 에코펫은 거뜬합니다. 게다가 단열성이 뛰어나서 화상 입을 염려가 없죠.

휴비스 연구원들의 얼굴에 자신감 어린 미소가 가득하다. 우리가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일들이 에코펫을 통해 현실이 되고 있다. 환경호르몬을 유발하지 않아 컵라면, 도시락 등 뜨거운 열기에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무독성 인증이 증명하는 사실이다. 또, 발포 공정에서 부탄가스나 이산화탄소(CO2)와 같이 인체에 해롭지 않은 기체를 이용한다. 게다가 주요 성분이 폴리에스터(Polyethylene Terephthalate, 이하 ‘PET’)로 구성되어 있어 폐기 후 리사이클링이 손쉽다. 2013년 연구진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독일에서 개최하는 세계 최대 플라스틱·고무 전시회인 케이쇼(K-Show)를 찾았다. 다양한 소재들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향후 플라스틱의 트렌드는 ‘에너지’와 ‘환경’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폴리에스터를 발포해 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도출되었다.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조사를 해보니 이미 유럽에서는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한 분야였다. 다만 생산을 시작한 회사는 글로벌 시장을 통틀어 단 2~3곳이었으며, 그나마 소규모에 불과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휴비스가 최초이다.

환경호르몬 걱정 없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더 큰 도약을 꿈꾸기 위해선 그간 집중해온 폴리에스터 섬유에서 한 발 나아가 신선한 형태, 용도, 소재 등으로의 전환을 도모할 필요가 있었다. ‘BEYOND Fiber’를 표방하며 다각도의 변화를 모색한 결과, 환경 보호, 에너지 저감, 경량화 등의 트렌드에 적합한 에코펫으로 뜻을 모았다. 다행히 전주공장에 폴리에스터 레진 설비가 있어서 곧바로 활용이 가능했다. 또한 시장조사에서도 충분한 잠재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PS는 단열과 가벼운 무게가 강점이지만, 환경호르몬 발생 위험이 있습니다. 비교적 환경친화적인 종이는 물에 눅눅해지죠. 폴리에틸렌(Polyethylene, 이하 PE)을 코팅한다면 보완은 가능하나 폐기시 이종소재로 구성되어 있어 재활용이 어렵죠.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이하 PP) 역시 요리 시 열이 표면에 그대로 남아있어 잡기 뜨겁고 자칫 다칠 수 있어요. 대안이 필요했죠.”

안전과 편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에코펫이 특히 돋보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로써 목표가 명확해진 만큼, 연구진들은 지체하지 않고 본격적인 구현에 돌입했다. 참고로, PET는 소재를 녹이고 가스를 주입해서 발포하는 원리가 PS와 유사한데, 상대적으로 점성이 낮아서 기체가 잘 빠져나가기에 폴리머 특성을 개선해야 했다. 여기엔 동종업계에서 장기간 쌓아온 폴리에스터 지식과 용융 압축 기술을 적용하여 난관들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3조 5,000억 원 규모의 중국 즉석식품 시장 평정에 나서다

그런데 막상 설비 구축이 문제였다. 앞서 밝혔듯이 관련 부문은 개척이나 다름없기에 고충을 논의하거나 솔루션을 제안할 업체가 없었고, 거의 맞춤형으로 설계해야 할 판이었다. 따라서 일단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업체 중심으로 수소문에 들어갔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컨택했는데, 유럽의 한 업체는 원하는 대로 시도할 순 있으나 비용이 높고 검증된 기술이 아니더라고요.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상황이었어요.(웃음) 생각 끝에 차라리 직접 샘플을 만들고 설비 테스트 사항을 정리해서 우리나라 회사와 기초연구를 진행해보자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발 벗고 나선 끝에 2014년 5월, 드디어 핵심 공정인 발포에 성공했다. 연구원들이 밤잠 줄여가며 함께 고생하며 노력한 결과였다. 이후 연구소에 에코펫 생산 설비를 구축하여 본격적인 생산을 진행했다.

많은 테스트와 시행착오를 거쳐 생산성이 향상되고 품질 역시 안정화되면서 2019년 4월, SPC삼립의 가정간편식에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최근에는 어플리케이션을 확대하여 A전자 디스플레이 완충재로 적용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춰 올해 8월 기존 연구소 생산라인에서 추가로 충주에 에코펫 생산기지를 구축하였으며 이곳은 연간 3,000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편, 제품화에 성공한 2019년 11월엔 중국 식품 용기 유통사인 중경베이커신재료유한공사, 용기 성형을 도맡은 중경장통환보소업유한공사 등과 합자법인 계약을 하고, 중경휴비스에코팩머티리얼스를 설립해서 현지 생산을 추진했다. 중국 서남부 지역 중심으로 공략할 계획인데 특히 즉석 훠궈(火锅, 중국식 탕 요리 일종) 시장이 3조 5,000억 원 규모에 달하며 열풍이 식을 줄 모르니 덩달아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동시에 에코펫은 산업계의 라이징 스타로서 ▲ 2017년 코리아스타상·아시아스타상 ▲ 2018년 월드스타상 ▲ 2020년 3월 특허청 장영실 상 등을 휩쓸며 위상을 입증하고 있다. 그 활발한 행보는 이제, 시작이다.

세상의 요구를 한발 앞서 내다보는 지혜

-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동력, SHE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삶에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포장재 및 위생재 시장의 확대도
그중 하나이다. 휴비스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안전(Safety)·건강(Health)·친환경(Environment)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SHE의 철학을 표방해왔다. 꾸준히 준비해온 노력 덕분에 위기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SHE

제품에 SHE를 심자는 철학이 어느 순간 정해진 것은
                                아니었어요. 휴비스가 개발하는 제품의 모든 영역에
                                꾸준히 SHE가 있었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안전·보건·친환경이므로 휴비스 역시 궁극적으로
                                이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이 있었습니다.

설립 이후 20년간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20년 전 지금의 휴비스를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생존의 기로에 있던 회사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것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에 누구보다 먼저 앞장섰기 때문이다.

휴비스는 기존 제품을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제품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지 않고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휴비스의 사업군에서 벗어나 제품의 특성과 공정과정에 집중했다. 작업자와 사용자, 그리고 설비 및 사업장 등 공정과정에서의 안전과 보건 그리고 친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덧붙여 각각의 제품이 안전·보건·친환경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난연·내열 슈퍼섬유인 메타원(MetaOne)과 우수한 내절단성을 자랑하는 고성능 PE 섬유인 듀라론(Duraron) 등 안전에 가치를 둔 소재와 기저귀, 생리대, 일회용 마스크 등 인체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위생재용 소재인 퓨레버(Purever), 그리고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인 에코에버(ECOEVER)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LMF와 같이 공정과정에서 유해물질을 저감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여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나 난연 제품, 생분해 제품 등 휴비스의 대부분의 제품이 안전·보건·친환경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시장 영역 개척으로
                            미래 가능성을 발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휴비스의 SHE 개념이 어느 순간 시작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시작을 2000년대 중반 슈퍼섬유의 개발과 2000년대 후반 리사이클 섬유를 본격적으로 개발하면서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리사이클 섬유의 개발은 원료부터 생산 공정 및 제품 그리고 폐기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 친환경이라는 개념을 심었던 시초이기도 하다.

“사전 조사를 거치면서 수거한 페트병을 용융·압출해 리사이클 칩을 생산한 뒤, 방사해서 섬유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죠. 다만 어디서 리사이클 칩의 원료가 되는 깨끗한 플레이크(Flake)을 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는데 다행히 휴비스의 모태인 삼양사에서 그 원료를 다루고 있었기에 큰 도움을 받았답니다. 덩달아 칩 생산 업체 또한 소개받을 수 있었어요.”

발로 뛰며 구현해낸 생산 기술은 에코에버로 탄생했고, 2010 남아공 월드컵 국가대표 유니폼 소재로 사용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후 단일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의 공정과정에서 SHE를 도입하는 관점으로 확대되었다. 마침 2009년엔 국가과제 참여를 통해 중금속인 안티몬을 대체할 촉매제 발굴을 연구했고 이를 생산공정에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도 인체에 닿았을 때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동물성 유제를 식물성으로 바꾸어 비건(Vegan) 인증을 획득하였고 또한 알러지 프리(Allergy Free)·저독성 제품 등을 선보이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미리 준비해온 저력, 드디어 날개를 펼치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퓨레버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실제로 위생재 소재 시장의 규모는 서서히 확대되다 최근 폭발적 수요를 보이고 있다. 퓨레버 역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월 5,000톤인 생산량을 7,000톤으로 확대하기 위해 증설을 진행 중에 있다.

“올해 원활하지 않은 일회용 마스크 공급으로 대란에 가까운 소동이 벌어질 즈음, 화섬업계 역시 너도나도 위생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죠. 휴비스를 두고 코로나 수혜기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결과만 두고 하는 말이에요. 휴비스는 코로나 극복 기여 기업입니다.”

세상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욱 건강과 보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휴비스는 항상 시대의 요구보다 한 발 앞서 고민하고, 발빠르게 대응한다. 비전 2025의 핵심 화두 가운데 SHE가 단연 두드러지는 이유다. 소방, 산업 등 각종 현장에서 인명을 보호하는 슈퍼섬유, 특히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는 PPS 섬유 등 점차 SHE의 저변을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의 흐름을 바탕 삼아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포부에서 자신감이 배어 나온다. 휴비스의 새로운 20년이 자못 기다려지는 이유다.

전 세계를 움직이는 시장의 중심에 서다

- 중국 현지 공략의 핵심 거점, 사천휴비스

지난 1990년대 초반 이후 급격히 성장한 중국 시장은 휴비스가 통합의 첫발을 내디딘 2000년 무렵,
세계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때마침 아시아 섬유 생산의 중심이 신소재 개발을 이끈 일본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한국을 거쳐 대륙으로 향하는 형세였다. 휴비스에서 발빠르게 중국 진출을 도모하며 사천휴비스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 결국 신속한 판단은 오늘날 해외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사천휴비스

사천휴비스는 휴비스가 지향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의 첫 사례이자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에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내다보고 실천한 덕분에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죠.

거듭 상기해 본 결과, 역시 탁월한 결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 간 경제 블록화가 활발한 시대 였던 만큼 관세·비관세 장벽을 넘어설 전략이 절실했다. 게다가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는 역량을 발휘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더불어 폴리에스터 단섬유(SF)와 장섬유(FY)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던 차였기에 현지 경쟁에서 실력을 발휘할 자신이 있었다. 결국 만리장성을 넘는 과감한 결단은 휴비스 출범 바로 다음해에 실행으로 이어졌다.

한중 간 문화 차이의 이해가 깊은 신뢰 관계 쌓아

출발은 순조로웠다. 무엇보다 사천성 자공시의 환대와 전폭적인 투자가 여러모로 용기를 북돋웠다. 공장 부지와 전력, 가스 등을 지원해 준 덕분에 기반은 금세 다져졌다. 다만,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데는 비교적 시간이 필요했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처럼 일단 현지 생산 기지 구축에 나섰으니 중국이 원하는 방식을 거스를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자면 먼저 특유의 정서에 대한 이해가 급선무였다.

“휴비스는 전 직원이 가족과 같이 어우러져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지향합니다. 반면, 현지인 사원 대다수는 어디까지나 개인 우선이라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가 있다면 고민조차 하지 않고 퇴직 의사를 밝히더군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사천휴비스 직원들과 단합을 다지게 된 이벤트는 단체 활동의 최고봉인 등산과 단합대회다. 알고 보니 급여나 경력에 있어선 자기 이익 본위였으나 정작 국민적 성향은 집단행동에 익숙했던 까닭이다. 비록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이로써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나니 이직률은 크게 줄었다. 오히려 지금은 장기근속을 원하는 요청이 더 많을 정도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2000년대 후반까지는 매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매년 마이너스 실적을 받아 들여야 했다.

특히 한국-중국 간 관계는 예상치 못한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돌이켜보건대, 그중 가장 등골이 오싹했던 사건은 바로 사드 배치 논란이었다. 기존에 끈끈하던 자공시와의 교류가 몇 개월 가량 끊기는 등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고. 다행히 평소 쌓아온 신뢰에 힘입어 별 탈 없이 사태가 잦아든 후엔 로컬 기업과 다름없이 오순도순 화합하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갈등을 넘어 시장점유율 확대하는 일등 공신으로

이제는 웃으며 회상하는 일화이지만, 사천휴비스는 진출 초창기에 모회사인 휴비스(이하 ‘본사’)와의 마찰을 경험한 바 있다. 중국에 갓 자리 잡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는데 원래 중국 현지 판매를 해온 본사 제품들과 시장 안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이뤄 충분한 실적을 거두지 못한 게 발단이었다. 하는 수 없이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마케팅했더니 이번엔 해당 지역을 담당하던 본사 영업 부문과 충돌하고야 말았다.

“양쪽 다 억울했을 거예요. 활동 구역 설정이 분명하지 않아 벌어진 오해였으니 당연히 바로잡아야 마땅했죠. 중국을 포함한 일부 중화권 시장은 일체 사천휴비스에 맡기기로 하고 LMF 생산도 허가해 준 이유입니다.”

당시 본사 SF사업본부장과 사천휴비스 부동사장을 겸임한 신유동 사장이 내린 결론에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하는 내부의 반대가 뒤따랐다. 그러나 완전한 설득을 통해 어렵사리 기회를 얻었고, 이후 사천휴비스는 글로벌 시장을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포석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한, 자공시에서 2015년 실적기준 10대 우수기업, 2017년 공업 종합능력 10강 기업 등의 영예를 거머쥐며 뛰어난 경영 능력을 증명했다.

앞으로 현지 생산법인에 머무르지 않고 범 휴비스의 중국사업본부로서 활약하고자 하는 이곳은 양적 성장의 개선과 보완을 1차 과제로 염두에 두고 있다. 아울러 폭넓은 수요를 충족하는 대응 체계를 구성하기 위해 지속해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합작법인으로 손잡고 북미 시장의 문을 열다

- 미국 현지 생산 거점 실현의 꿈, HIAM

휴비스가 광활한 북미 시장 개척에 나섰다. 글로벌 생산 거점 구축 경험이 풍부한 인도라마 벤처스
(Indorama Ventures, 이하 ‘인도라마’)와의 합작 법인(Joint Venture, 이하 ‘JV’) 설립은 탄탄한 지지 기반을 마련하는 서막에 불과하다. 굳건한 신뢰를 바탕 삼아 휴비스의 우수한 기술력을 꽃피우는 순간, 현지 화학섬유 시장 구도는 새로이 바뀔 테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에 힘입은 휴비스-인도라마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Huvis Indorama Advanced Materials, 이하 ‘HIAM’)의 본격적인 활약은 바로 지금부터다.

HIAM

휴비스가 일찍이 진출 목표 가운데 하나로
                                북미 지역을 점 찍은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인도라마의 적극적인 구애가 있기 전까진 JV는 계획에 없었습니다. 대표 제품인 로멜팅 화이버(Low Melting Fiber, 이하 ‘LMF’)가 이미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만큼,
                                굳이 경쟁사와 협력할 필요성을 못 느낀 거죠.

글로벌 석유화학 소재 기업인 인도라마의 파격적인 제의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당시 내부 논의를 거친 결과,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LMF 부문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차지한 입장에서 굳이 기술유출의 위험을 안고 JV를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인도라마의 구애는 멈추지 않았다. 또한 휴비스 내 여론도 점차 호의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다. 인도라마는 이미 미국 시장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어 휴비스의 초기 진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작용했다. 기술유출에 대한 부분은 몇 겹의 안정장치를 마련했다. 그리고 마침내 함께 힘을 합쳐보자며 계약을 진행했다. 바야흐로 HIAM의 역사가 첫발을 내디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서로가 가진 강점을 인정한
                            JV를 통해 얻은 절호의 기회

“결론적으로, 선택을 잘한 셈이에요. 두 회사가 미국에 전진 기지를 세운 후 불과 1~2년 사이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중심 체계가 자리 잡았죠. 즉, 다른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은 높은 관세 장벽에 가로막힌 반면 HIAM에겐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겁니다.”

내부적인 분위기 변화에는 지난 휴비스워터 설립을 통해 신사업이나 성장 전략 이노베이션에 대한 수용성이 비교적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또한 독자 노선만을 고수하다 인도라마가 강력한 라이벌로 돌아서거나 중국 후발업체의 대규모 진입이 이뤄질 경우, 대응하기 벅찰 거라는 전망도 힘을 얻었다. 무엇보다 상대 기업이 먼저 현지에 바탕을 다져놨으니 그 위에 기술 역량을 발휘한다면 서로 시너지를 누릴 수 있었다.

JV는 마치 결혼생활과 같다. 각각 다른 조직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두 기업이 협력해서 주위에 산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상당히 비슷한 까닭이다. 운영과 판매를 담당하는 휴비스는 LMF 기술 수출에 협조하는 대신, 라이선스 계약이라는 법적 장치로 권리를 분명히 했다. 인도라마는 생산을 도맡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문화적 차이를 딛고, 발전을 향해

별다른 외부 요소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생산에 돌입했을 터다. 그런데 2020년 초,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이 변수로 작용하는 바람에 토대를 다지는 공사의 흐름이 종종 끊겼고, 구축 초기 인력이 중간에 교체되는 사례가 생겨서 진척이 쉽지 않았다. 이보다 더 큰 고민은 시운전 단계에서 발생했다.

“원래 각 단위의 설비를 제작한 업체 담당자가 현지에서 직접 세팅을 마치고, 시동을 걸어서 순조롭게 돌아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HIAM엔 중국과 일본 기업이 제작한 핵심 설비가 있었기에 당연히 소속 기술진이 와야 했죠. 그런데 갑자기 미-중 무역 분쟁과 전염병 등의 이슈로 인해 입국 자체가 어려워진 거예요.”

일부는 원격 조정을 통해, 일부는 격리기간을 감수하고 입국한 끝에 시운전을 강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시간을 소요한 상태였다. 또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세심하게 일을 추진하는 미국의 업무 시스템도 일정 지연에 한 몫을 차지했다.

지난 2018년 1월에 시작한 프로젝트는 2020년 현재 마무리 단계에 다가와 있다. 감염병 유행이 사그라지는 대로, 곧 연간 총 6만 톤의 생산 규모를 선보이고자 한다. 화학섬유의 시작인 미국, 그곳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까지 섬유 기술은 수십 년에 걸쳐 서진하였으며 중국, 인도 등으로 다시 이동 중이다. 휴비스는 그 서진의 흐름을 역행하여 섬유 기술을 다시 미국에 수출하는 역사적인 사례를 남겼다. 휴비스가 미국진출을 통해 다시금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