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이후 화섬업계는 2000년대 중반에 이를 때까지도 깊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해 침체를 거듭해 왔다.
IMF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살아남은 기업들도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며 생존의 길을 찾느라 살을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다가올 2005년의 시장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세계시장의 큰 손으로 성장한 중국의 섬유업체들이 저가로 물량공세를 계속하는 분위기여서 국내 섬유업체들의 채산성은 나날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자 공장을 가동할수록 적자가 쌓인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결국 코오롱, 효성 등 주요 폴리에스터 생산업체들조차 줄줄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고육책을 들고 나왔다. 섬유산업 전체가 더 이상 경쟁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양산업이라는 비관론도 팽배해졌다.

그 와중에도 휴비스는 가장 선도적으로 사업통합을 이룬 덕분에 비교적 건실한 경영을 할 수 있었다. 모기업인 (주)삼양사와 SK케미칼(주) 두 회사의 핵심사업을 통합한 만큼 시너지 창출에 주력한 결과였다. 휴비스는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여 제품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시기적절하게 패션 트렌드 설명회와 전시회 등을 개최하면서 활발하게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이에 힘입어 휴비스는 2001년에 9,490억 원의 매출과 541억 원의 영업이익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591억 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하는 등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외환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시기에 휴비스의 약진은 다른 섬유업체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선전하던 휴비스도 2004년 하반기 들어 큰 고비를 맞았다. 폴리에스터 원면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화섬업체들의 급성장, Down Stream의 경쟁력 상실 등 여러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경영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입업자들이 화섬의 주원료인 TPA(고순도 테레프탈산)와 EG(에틸렌글리콜) 등을 마구잡이로 사재기하는 바람에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수급의 불균형이 초래된 것도 부담이었다.

더욱이 휴비스는 중국 쓰촨성에 폴리에스터 생산공장을 건설하느라 자금을 대거 투입했기 때문에 현금유동성마저 떨어지는 내우외환을 겪어야 했다. 창립 이후 단기간에 경영을 안정시키며 흑자 기조를 이어왔지만, 그러한 실적도 마치 삼일천하처럼 2001~2003년에 이르는 3년 정도의 성과에 그치고 말았던 것이다.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2004년 말 휴비스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먼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구조를 재정비하여 고부가가치의 신소재 개발에 집중하도록 했다. 또 16명의 임원 중 9명을 해임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여 조직을 슬림화했다.

이 시기에 발생한 가장 큰 ‘사건’은, 2004년 11월 15일자로 수원공장 생산라인의 조업을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수원공장은 전주공장과 함께 양대 축을 이루며 휴비스의 생산능력을 떠받치는 중요한 생산기지였으므로, 수원공장의 조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장하고 뼈아픈 일이었다.

휴비스는 수원공장의 가동을 멈추면서,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거쳐 전 사업장 직원의 30%에 해당하는 630명을 명예퇴직 형태로 감축했다. 당시 수원공장은 장섬유 생산공장이었는데 밀려드는 저가의 중국 제품에 장섬유의 경쟁력은 끝없이 추락하였고 원자재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딜레마에 빠져 있어 더 이상 공장을 가동하기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가동 중단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이 계속되자 2006년 3월, 휴비스는 수원공장을 영구폐쇄 조치했다. 그 대신 수원공장의 장섬유 설비 일부를 전주공장으로 이설하여 제품 고도화에 집중했다. 당시 전주공장이 수원공장보다 장섬유 생산능력이 크고 단섬유 생산 공정까지 있어 전주로 생산 라인을 합치는 것이 수익성을 높이는데 낫다고 판단하였다.

한편으로는 본사 및 연구개발 부문의 인력 40여 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수원공장의 남은 직원 160여 명에 대해서도 추가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직원을 감축하는 극약처방이지만, 회사 사정을 이해한 노동조합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나아가 노동조합은 스스로 나서서 무교섭으로 임금동결을 제안하는 등 회사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2006년 8월 취임한 문성환 사장도 구조조정의 기조를 이어가며 생산, 판매, 구매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대대적인 혁신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고부가가치 차별화 제품 개발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임직원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위기극복에 힘을 모은 결과, 2009년 휴비스는 9,525억원의 매출과 46억원의 경상이익(별도 기준)을 거둬 마침내 흑자 전환을 이루어냈다.

섬유업계의 계속되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휴비스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취임해 사업경쟁력 확보와 원가 혁신을 이끈 문성환 사장은, 2007년 9월, 새로운 <비전 2012>를 선포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이 때는 회사의 매출이 살아나 상반기에 이미 흑자전환에 성공한 시기여서, 턴어라운드(Turn-around)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일 때였다.

<비전 2012>의 핵심은 2012년까지 5년 동안 1,5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여 기존의 원면‧원사 제품을 고기능화‧고급화하고, 새로이 신소재‧신기술을 개발하여 경상이익률 6%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데 있었다. 경상이익률 6%는 세계적인 우량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문성환 사장의 신념과 의지는 확고했다. 섬유가 사양산업이라는 말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화섬, 특히 폴리에스터는 세계적으로 매년 8%씩 고도성장하는 성장산업이다. 미래시장도 마찬가지다. 의류 중심이던 기존 수요에서 비의류 분야로 시야를 넓히면 블루오션(Blue Ocean) 신시장이 무한히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섬유산업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으므로, 제품의 고급화를 통해 ‘제2의 섬유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였다.

휴비스는 세계 1위의 로멜팅 화이버 생산능력과 세계 3위의 폴리에스터 섬유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톱 수준의 생산기술과 신소재 R&D 기반을 갖추고 있어 섬유 르네상스를 선도하기에 적격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중국 등 후발국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제품을 개발하고 기술을 고도화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비전 선포를 통해 휴비스는 산업용 섬유의 비중을 2012년까지 70% 수준으로 확대하여 명실상부한 산업용 섬유 선도기업으로 진화할 것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작업에 한층 속도를 더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휴비스가 중국시장 진출이라는 글로벌 전략에 따라 중국 쓰촨성(泗川省) 쯔궁(自貢)시에 세운 사천휴비스(사천휴비스화섬유한공사)는 2004년 9월 21일 쓰촨공장 준공식을 갖고 그 해 10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청두, 상하이, 광저우 등에 판매지사를 설립해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판로 개척에도 나섰다.

쓰촨공장은 중국 서부지역에 세워졌다는 점에서 지역주민은 물론 국내외 섬유업계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출발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한국인과 중국인들 사이의 문화적 차이가 적지 않아 업무 수행에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또 중국 내에서도 단섬유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날로 심각해지는 섬유경기 침체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준공 2년 후부터는 흑자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공장 가동을 시작한 이후 줄곧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에 설치한 3개 라인 가운데 2개 라인만 가동하는 날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장 준공 직후 곧바로 연산 6만 6,000톤 규모의 단섬유 설비를 증설하려던 계획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서부지역은 불리하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사실 휴비스가 중국 서부지역인 쓰촨성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이미 동부지역에 자리하고 있던 섬유업체들은 휴비스의 결정을 의아해했다. 동부 연안에 비해 원료를 수입하거나 완제품을 판매하는 데 소요되는 물류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비스의 판단은 달랐다. 당시 동부지역은 급격한 개발 붐이 일면서 인건비가 치솟는 중이어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이 많으면서도 인건비 부담이 낮은 서부지역이 유리하다는 게 휴비스의 판단이었다. 서부지역에 근거를 두고 수출보다는 내수에 주력하여 판매시장을 다변화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도 초기의 성적은 휴비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쓰촨공장의 성적이 반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무렵부터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비용절감보다는 상품개발과 시장개척에 중점을 둔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고중공사, 세섬사(마이크로)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도 적중했다. 내수 기반을 공고히 하여 생산물량의 20% 정도만 수출하고 80% 정도를 내수시장에 공급한다는 마케팅 전략이 보기 좋게 성공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생산 후 해외수출보다는 자국 소비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한 것도 휴비스의 판매전략과 맞아떨어졌다.

판매 증대를 위해 휴비스는 홍보활동도 강화했다. 각종 전시회 행사에 지속적으로 참가해 주요 제품을 소개했고, 특히 2007년에는 국내 섬유 및 의류업체들이 공동으로 개최한 ‘프리뷰 인 상하이 2007’ 행사에 참여해 자체 개발한 차별화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소재 구매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드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낙후한 서부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여 도움을 주거나 소외계층 아동들과 결연을 맺고 후원하는 등 기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을 다양하게 펼쳤다. 이는 외자기업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하고 ‘현지 기업’이라는 유대감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때마침 중국 전역을 휩쓴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섬유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에 힘입어 사천휴비스는 2007년 1,819억 원의 매출을 올려 흑자 전환의 가능성을 보이더니, 2009년에는 2,175억 원의 매출과 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마침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소파, 자동차, 베개 등의 충전재로 쓰이는 중공사(Hollow Fiber, 中空絲)는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설 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또한 지금까지 한국 휴비스에서 생산하여 중국으로 수출했던 휴비스의 대표제품 LMF를 2010년부터 사천 현지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사천휴비스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이같은 성과는 서부지역에 자리를 잡은 휴비스의 판단이 맞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더구나 이 무렵 동부지역에서는 중국 정부의 규제와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업체들이 생겨날 정도여서 휴비스의 판단은 더욱 더 눈길을 모았다. 2010년 기준으로 사천휴비스는 휴비스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했다.

휴비스는 일찍부터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기업시민의 자세로, 환경이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인식하고 자연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보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자 노력했다.

휴비스는 전주공장의 자원봉사 모임인 자연사랑회가 주축이 되어 매년 ‘자연사랑 환경보전활동’을 펼쳤다. 이 활동은 휴비스 창립 이전부터 정기적으로 실천해온 봉사활동으로, 회사 창립 이후에는 더 많은 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주공장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확대되었다. 2007년 7월에는 전라북도 내 민‧관‧산‧학이 함께하는 ‘전라북도 환경문화축제’라는 대규모 환경행사에 참여해 대대적인 환경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전주공장은 환경경영의 일환으로 에너지관리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비용절감의 차원을 넘어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고 지구온난화 해결에 기여하는 활동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처럼 안으로는 친환경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밖으로는 지역사회의 환경보전활동을 위해 힘쓴 결과, 전주공장은 공신력 있는 기관단체로부터 연이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0년 12월 전주공장 송제기 환경안전팀장이 환경부장관상을 받고, 2002년 4월 1일에는 정부로부터 환경친화기업으로 지정돼 현판식을 가진 이후로 환경친화 대표기업으로 참여해왔다. 이후 11월 21일에는 제24회 에너지 절약 촉진대회에서 동력팀 김보광 부장이 대통령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2003년 3월에는 자연사랑회가 전주시로부터 우수단체봉사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10월에는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자발적 협약 우수사업장 인증을, 11월에는 정부로부터 에너지 절약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덕분에 휴비스 이름 앞에는 늘 친환경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휴비스는 전주공장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환경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R&D와 제품생산 등 기업 본연의 분야에서도 친환경기업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휴비스는 기후변화협약의 본격적인 발효를 앞두고 친환경 섬유 공정과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기후변화협약은 지구의 온난화를 규제하고 방지하기 위해 세계 192개국이 1992년에 맺은 국제협약을 말한다. 지구의 온실화를 방지하는 취지에서 이뤄진 이 협약은 지구 온실화를 가속화시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 규제를 주요 과제로 다루고 있다.

이 협약에 근거하여 유럽 등 주요 시장이 까다로운 환경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도 2009년부터 ‘온실가스 라벨링’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친환경 문제는 업계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온실가스 라벨링은 해당 제품의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배출되었는지를 표시하도록 한 제도이다.

폴리에스터 국내 1위 생산업체인 휴비스는 섬유 제조공정에서 환경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제품에 적용했다. 섬유의 원료가 되는 폴리머(Polymer)의 물성을 변경해 저온에서도 생산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세계 1위 제품인 로멜링 화이버와 상압 염색이 가능한 비체(Viche)가 대표적이다.

로멜팅 화이버는 100~200℃의 저온에서 녹는 제품으로 공정 과정도 낮은 온도에서 이루어진다. 인체에 유해한 기존 화학 접착제를 대체하며 자동차 내장재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제품이라는 점 덕분에 환경규제가 까다로운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수요가 급증한 로멜팅 화이버는 세계 각국으로 수출돼 휴비스의 매출 신장을 견인했다.

아세테이트와 같은 감성을 구현한 장섬유 비체는 염색 시 130℃의 고온 고압에서만 염색이 되는 기존의 폴리에스터 섬유와는 달리, 30℃가 낮은 100℃이하의 저온에서도 염색이 가능하다. 소재의 물성 상 저온에서만 염색가공을 해야 하는 아세테이트 안감지나, 샤워타월, 카페트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또한 실크, 양모 등 천연소재와의 교직편물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에너지 절약형 섬유들은 기존 폴리에스터에 비해 원사 1kg당 2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한 것은 물론이다.

2007년 휴비스는 국내 최초로 코코넛 열매 껍질을 이용한 친환경 섬유제품 <코코나(Cocona)>을 개발해 출시했다.

이 제품은 코코넛 열매의 껍질을 탄화시켜 만든 섬유로, 쓰레기로 버려지는 코코넛 열매 껍질을 재활용하여 만든 섬유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코코넛 열매 껍질은 세계적으로 무궁무진하게 존재하는 원료인데다, 여기서 추출한 섬유는 친환경적이고 친인체적인 제품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또한 이 제품은 미세 다공질 구조를 가지고 있어 기존의 숯 섬유와 그 특징이 유사하지만, 항균소취, 흡한속건 및 자외선 차단 효과가 탁월하다.

휴비스는 코코나 제품을 의류용 장섬유 외에도 이불솜, 위생재, 매트리스 등의 충전용으로 사용하는 단섬유로도 개발해 사용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힘입어 코코나는 웰빙 섬유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판매가 크게 신장되었다.

2008년 4월에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섬유 <인지오(Ingeo)>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인지오는 식물성 원료인 옥수수를 바이오공법으로 만든 ‘100% 썩는 섬유’로, 1년 안에 분해가 가능해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환경친화적 제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옥수수 4개에서 셔츠 한 장을 만들 수 있는 양의 섬유 원사 추출이 가능하다.

인지오는 기존의 고부가가치 원사와 비교할 때 가격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기존의 합섬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진주 광택과 실크 촉감을 지니고 있어 웰빙 트렌드에 맞는 최적의 소재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의류로 가공해 입을 경우에도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아 유아복, 노인복으로 각광을 받았다.

인지오 개발에 따라 휴비스는 바이오폴리머 제조업체인 네이처웍스와 원재료인 PLA(옥수수 생분해 젖산)를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연간 200톤의 섬유 원사를 생산하기 위한 본격적인 공정에 들어갔다. 동시에 유명 의류 브랜드와 공동 프로모션을 전개해 피부보호 기능성 의류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환경보호에도 앞장서면서 고부가가치를 실현한 친환경 기능성 섬유를 잇달아 개발한 휴비스는 리사이클(Recycle) 원사 개발에도 적극 나서, 2008년 8월 국내 최초로 폴리에스터 재활용 원사 <에코에버(Ecoever)>를 개발했다.

에코에버는 버려지는 페트병을 수거해 다시 뽑아내는 친환경 재활용 원사이다.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것은 단순히 쓰레기 매립량을 줄이는 환경보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기존 원사 생산 대비 30% 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석유원료를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땀을 빨리 흡수하고 건조시켜 쾌적한 상태를 유지시키는 흡한속건 기능과 악취를 없애주는 항균방취 기능은 기존 기능성 섬유와 동일하다.

에코에버는 페트병을 깨끗이 세척한 후 작은 조각으로 분쇄하는 작업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작업을 거쳐 섬유 원료가 되는 칩으로 재탄생한다. 그 후에는 장섬유 생산과정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최종 제품으로 생산된다.

신개념의 친환경 원사 에코에버는 2009년 2월 국내 최초로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에 공급하는 공식 리사이클 원사로 등록되었다. 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국가대표 축구 선수단의 유니폼으로 공급하고,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등에도 공급하였다.

에코에버는 재활용 원사로는 최초로 환경부가 주관하는 환경마크를 획득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 네덜란드의 친환경 인증 전문기관인 컨트롤유니온으로부터 GRS(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도 획득해 국제적인 공인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휴비스는 신축성을 부여한 리사이클 신축사, 리사이클 복합사, 리사이클 마이크로 등 다양하게 제품 라인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코코넛, 옥수수를 이용한 친환경 원사 개발에 이어 페트병을 활용한 재활용 원사 개발에도 성공하면서, 휴비스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친환경 화섬업체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회사의 미래가 R&D에 달려 있다는 휴비스의 생각은 옳았다. 휴비스는 R&D센터를 설립하여 연구환경을 개선하는 등 줄곧 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왔다. 그 결과 고부가가치의 신기술‧신제품을 잇달아 개발해 사업기반을 공고히 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2005년에 출시한 형상기억 섬유 원사 <메모리(Memory)>도 그 중 하나이다. 보통의 섬유 원단은 구겨졌을 때 주름진 상태로 서서히 펴지는 반면, <메모리> 섬유는 손으로 문질러주면 주름이 말끔히 사라지면서 원래 상태로 쉽게 되돌아간다. 뿐만 아니라 <메모리>는 기존의 형상기억 섬유가 갖고 있던, 얇은 금속 소재로 인한 따끔한 느낌이 있고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극복했다. 기존의 제품들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뜻이다.

휴비스는 국내 직물업체를 통해 버버리 등 해외의 유명 브랜드에 <메모리>를 공급했다. 수출시장도 유럽, 미국, 일본 등으로 넓혀나갔다.

같은 해에 출시된 스포츠 의류용 기능성 섬유 <엑센(XN)>은 세계 최초의 가염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눈길을 끌었다. 이전까지 폴리프로필렌은 열전도율이 낮아 보온성이 우수하지만 염색이 잘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의류용으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엑센>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해 염색이 가능하고 보온성이 뛰어난 아웃도어 소재로 탄생했다.

<엑센>은 섬유소재 중 가장 가볍고 열전달 계수가 낮아 혹한의 외부조건에서도 인체의 체온을 유지하고 보온하는 기능이 뛰어나다. 동시에 부드러운 착용감을 갖추고 있어 내의용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충전용 중공사 <콘주게이트(Conjugate)>역시 휴비스의 명성을 세계에 알린, 세계 최고 제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콘주게이트는 수축률이 서로 다른 이종(異種)의 폴리머를 나란히 방사해 자연스런 컬(Curl)을 구현한 3차원 구조의 섬유로, 스프링과 같은 구조가 특징이다. 압력을 받아도 원래 상태로 복원되는 회복성이 뛰어나고 보온성도 우수해 패딩 의류, 쿠션, 매트리스, 소파 등에 충전재로 사용된다.

또한 휴비스는 인(P)계 폴리머를 사용하여 반영구적인 난연성을 보여주는 난연사 <제록시(ZeroXy)>도 개발했다. <제록시>는 화재 시에도 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소재로, 선박용으로도 사용 가능한 인증을 획득했다. 이외에도 휴비스는 다양한 종류의 벽지나 자동차 필터, 기저귀, 식품포장재 등에 사용하는 Short-Cut Fiber <미니맥스(Minimax)>를 개발해 선보였다. <미니맥스>는 뛰어난 분산성과 형태 안정성, 부드러운 터치감이 장점인 친환경 소재이다.

이처럼 휴비스는 의류용에서 벗어나 생활용, 인테리어용, 나아가 산업용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제품 차별화를 추진해 나갔다.

휴비스는 다양한 종류의 차별화된 제품을 앞세워 범용 섬유제품 생산회사에서 고부가가치 섬유제품 생산회사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산업용 소재로 진화하는 섬유시장의 변화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었다. 휴비스는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슈퍼섬유 분야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슈퍼섬유는 고강도·고탄성의 특성을 지닌 섬유를 지칭하는 말로, 금속과 같거나 그 이상의 강도를 지닌 특수한 섬유이다. 강철보다 몇 배가 강한 특성이 있어 ‘꿈의 신섬유’로 불리기도 한다. 아라미드섬유, 탄소섬유, 플론섬유 등으로 구분하는데, 보통 플라스틱이나 금속과 함께 복합재료로 쓰인다.

휴비스는 슈퍼섬유 사업에 진출하기로 하고, 2006년 무렵부터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3년여의 연구 끝에 2009년 6월 국내 최초, 세계에서는 3번째로 메타계 아라미드(Meta-aramid) 섬유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아라미드 섬유는 메타계와 파라계(Para-aramid)로 나뉘는데, 경쟁사들이 파라계 아라미드에 집중하는 동안 휴비스는 먼저 메타계 아라미드 개발에 착수하는 승부를 건 것이다.

이 제품은 400℃의 고온에서도 형태를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런데도 기본 물성이 일반 섬유인 폴리에스터와 비슷해 자유롭게 가공할 수 있고, 방사능에 장시간 노출돼도 동일한 형태를 유지한다. 초내열성‧난연성이 우수하며 화염에 노출되어도 불이 붙지 않고 탄화되어 전기절연지, 소방복, 건축자재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고온의 증기나 가스를 배출하는 공장에서 고온 내열의 필터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당시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의 국제시장 가격은 범용 섬유제품인 폴리에스터보다 최고 15배 이상 높게 거래되었다.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자, 자동차, 건설 등 각 산업 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느는 추세여서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당시 메타계 아라미드의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 연간 3만 톤 정도로 추산되었다.

전주공장에 연산 1,000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건설한 휴비스는 시험생산을 거쳐 2010년 3월 국내 최초로 메타계 아라미드의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이 제품에는 <메타원(MetaOne)>이라는 브랜드를 네이밍했다. 이로써 휴비스는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이던 슈퍼섬유에 진출하는 위업을 이루게 되었다.

휴비스는 메타계 아라미드 개발과 동시에 PPS(폴리페닐렌 설파이드) 수지로 섬유를 생산하는 PPS 섬유 개발도 추진했다. PPS 수지는 내열성, 난연성, 내약품성 및 내화학성이 우수해 자동차 등에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휴비스는 2009년 국내 최초로 PPS 수지를 섬유화하는 데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휴비스는 이 PPS 섬유를 <제타원(ZetaOne)>이라는 브랜드로 명명했다.

PPS섬유는 메타 아라미드와 비교해 난연성과 내열성은 떨어지지만 산과 알칼리에 노출되어도 변형이 없는 내화학성이 우수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에 따라 주로 화력발전소나 아스콘, 시멘트 공장, 폐기물 소각장 등에 사용되는 백필터(Bag filter)에 최적의 소재로 쓰인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업용 필터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휴비스의 PPS 섬유 <제타원>은 개발 직후부터 유럽, 중국 등으로 전량 수출되었다.

이로써 휴비스는 <메타원>의 개발 성공과 함께 <제타원>의 개발로 2종의 슈퍼섬유를 상업생산하는 소재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다.